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SF작가의 세계관은 디스토피아 세상인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1932년 발표된 SF소설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회체계가 국가적인 시스템에 의해 완벽히 통제되고 인간의 등급조차 조작되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으로 넘어가던 시대에 발표한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체주의가 팽배하던 시대적 분위기도 이 작품에 묻어납니다.
당시 서구 사회는 핵무기가 개발로 인한 사회적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었고, 기계화 속에서 획일적으로 공장에서 물건이 대량으로 찍어 나오면서 엄청난 사회적 격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올더스는 미래 사회가 엄청난 과학적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였으나, 그와 동시에 인류에게 닥쳐올 엄청난 불안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어디로부터 오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거의 100년 전에 쓰여진 고전이지만, 전혀 고루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하게 충격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또한 술술 익히는 책으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습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BBC에서 방영한 영국 드라마 중에 '복제 인간'에 대한 SF드라마 '오펀 블랙(Orphan Black)'이라고 있는데, 이곳에 미국의 한 지역이라고 등장하는 기차역의 이름이 '헉슬리'역입니다.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뉴욕의 '기차역'이 아니라 작가들이 가상으로 만든 곳입니다. 이는 바로 1930년대 발표한 바로 이 소설 <멋진 신세계>의 유명한 영국 SF 작가 올더스 헉슬리에 대한 오마주로 만들어진 설정입니다.
반세기도 전에 활동했던 이 소설 작가에 영감을 받았다니, 신선한 충격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멋진 신세계> 의 줄거리
우선, 이 책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세계는 인간이 등급에 따라 철저히 나뉜 계급사회입니다. 더 이상 여성들이 아이를 낳거나 가정을 꾸리지 않고, 시험관에서 난자를 분열시키고 인공 수정하여 태아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계급 간의 인위적 차별이 생깁니다. 일부 특별하게 선별된 태아는 알파가 되고 고대 알파벳 순서대로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으로 나뉩니다. 각 계급은 자신의 기능만 담당하면 됩니다.
알파 중에서도 알파 플러스는 사회 지도부 역할을 맡고 밑으로 갈수록 사회에서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책임집니다. 입실론은 혈액에 산소 주입량을 알파 계급보다 30% 정도 적게 투입하여, 반 백치와 같은 상태로 태어나 가장 하급의 기본적인 노동만 감당합니다.
이 사회의 연도 기준은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나눈 기원전후 (B.C.와 A.D.)가 아니라 포드를 기준으로 합니다.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포드가 창조한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어 나오듯이 똑같은 얼굴을 한 하급 인간을 찍어 내듯 기계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이쯤 되면 하층 계급인 델타나 입실론 계급이 현상 황에 불만을 가지고 변혁을 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수면학습과 세뇌학습을 통해 다른 계급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계급과 활동을 만족하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당시에도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존재했나 봅니다.
또한, 적절한 소마(일종의 환각제인 마약), 촉감 영화(오감을 만족시켜주는 5D, 6D 이상의 영화)나 각종 스포츠 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며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이 세상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가 모두를 소유한다는 개념입니다.. 가족이나 부부, 연인이라는 규정화된 관계에 대한 개념 없이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 연애하며, 모두가 문란하게 성생활을 즐기며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모두가 모두를 소유하기 때문에 아무도 소유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의미입니다. 휴식 시간에 즐기는 자유로운 성적 유희는 어떠한 책임감이나 도덕적 판단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소마라는 달콤한 마약에 빠져 정신적 외로움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각 계층은 고통이 없이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 획일화된 삶과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갑니다. 생각도 없고 개성도 없고 다양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창의적 생각과 비판적 사고는 어디에도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삶 속에서 사람들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노예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특히 소름 끼치는 장면 중 하나는 교육방식입니다.. 국가는 아이들에게 철저한 주입식 교육을 실시합니다. 이는 신파블로프 교육이라는 개념으로 소개됩니다. 예를 들어, 노동 계급의 델타 이하의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도록 만들기 위해 책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행복도를 최고조로 높이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정작 가까이 다가가면 극도의 불쾌한 전기 충격을 주어 책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줍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된 아이들은 자라서 부조리한 사회에도 잘 순응하는 착한 어른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온 야만인 존이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며, 그 허구성이 여실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존은 멋진 신세계의 어떤 계층에도 속하지 않는 , 지금의 우리를 닮은 인물입니다. 그는 세익스피어의 소설을 읽으며 사랑의 순수성을 갈망했고, 불안에 직면하며 소마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발달한 과학 문명의 이기성을 거부하고 인간 본연의 감성과 상상력, 순수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존의 행동은 멋진 신세계 사람들에게는 파격적이고 이질적이었습니다. 존을 사랑했던 레니나는 결국 존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질감을 보여줍니다. 존은 정신적 사랑을 갈망했지만, 레니나는 육체적 사랑에 익숙했습니다. 존은 레니나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절망합니다. 결국 존은 멋진 신세계에도 야만인 보호구역민에도 속할 수 없는 자신의 한계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멋진 신세계>의 총평: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이 책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과 진정한 행복에 대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은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있으면, 소마에 의존해 그 힘듦과 불행을 잊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야만인(포드가 조종하는 문명세계가 아닌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온 인물) 존은 그런 인위적인 가짜 행복보다는 불행한 것이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마 없이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것, 상황에 진실하게 맞닥뜨리는 힘, 그것이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이라는 메시지를 제시합니다.
일련의 사건을 겪은 인물들은 불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서로가 있음에 위안을 얻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불행한 상황에 처했어도, 그 불행을 함께 나눌 관계의 사람이 있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관계에서 오는 행복입니다. 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그 나라는 것이 ‘기능적인 나’가 아니라, ‘존재로서의 나’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할 것입니다.
흔히 현대 시대는 인간 소외와 상실의 시대라고 합니다. 이는 내가 이 사회에 없어도, 나를 대체할 다른 누군가, 심지어 기계, AI로 대체될 수 있는 사회입니다. 게다가 노동의 종말이 다가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요? 과연 그 사회는 유토피아일까요? 지배층이 세계를 지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순응적으로 주어지는 복지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으며 사는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인간 자체가 그 체계에 잠식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기계화된 습관적인 안정과 행복에 길들여진 노예로 길들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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